향수 시향, 원두 냄새는 코를 쉬게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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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매장에 가면 시향지를 여러 장 받아 들고 나오게 된다. 다섯 번째쯤부터는 어느 것이 어느 향이었는지 헷갈린다.
그럴 때 매장에서 원두를 내민다. 코를 쉬게 해 준다는 설명과 함께다. 그런데 이 방법을 실제로 실험한 연구에서 원두는 그냥 공기를 맡는 것보다 나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코가 왜 금방 무뎌지는지, 그래서 시향을 어떤 순서로 준비하고 진행해야 판단이 흐려지지 않는지 정리한다.

코는 같은 냄새에 먼저 무뎌진다
같은 냄새를 계속 맡으면 점점 약하게 느껴진다. 이것을 후각 순응이라고 부른다.
감각 연구를 정리한 리뷰에 따르면 반복되거나 오래 이어진 노출은 그 냄새에 대한 민감도를 선택적으로 떨어뜨린다. 모든 냄새가 둔해지는 것이 아니라 방금 맡은 쪽이 먼저 무뎌진다는 뜻이다.
리뷰는 두 가지를 더 짚는다. 무뎌지는 정도와 회복에 걸리는 시간은 냄새의 농도와 노출 시간에 따라 달라지고, 더 노출되지 않으면 민감도는 시간이 지나며 회복된다.
시향에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진한 향을 오래 코에 대고 있을수록 다음 향을 판단하기 어렵다. 그리고 쉬는 방법은 다른 냄새가 아니라 노출을 멈추는 것이다.
원두 실험에서 나온 결과
매장의 원두 관행을 직접 시험한 연구가 있다. 참가자들이 향 세 가지를 여러 번 반복해 맡은 뒤, 원두, 레몬 조각, 그냥 공기 중 하나를 맡았다.
그다음 네 가지 향 가운데 아직 맡지 않았던 것을 골라내게 했다. 결과는 원두가 레몬이나 공기보다 나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작은 탐색 연구라 결론을 크게 넓힐 수는 없다. 다만 원두가 코를 초기화한다는 설명을 뒷받침하는 결과도 아니다. 원두 향 역시 강한 냄새라서 코에 또 하나의 자극을 더하는 셈이다.
| 쉬는 방법 | 연구 결과 |
|---|---|
| 원두 | 공기보다 낫지 않았다 |
| 레몬 조각 | 원두와 차이 없음 |
| 그냥 공기 | 원두와 차이 없음 |
그래서 굳이 원두를 찾을 필요가 없다. 매장 밖으로 잠깐 나가 바깥 공기를 맡는 것으로 충분하고, 적어도 원두보다 불리하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회복이 느리다
후각 순응은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일어나지 않는다. 고령자와 젊은 성인을 비교한 실험에서 고령자는 더 쉽게 무뎌지고 민감도 회복도 느렸다.
같은 매장에서 같은 수의 향을 맡아도 사람에 따라 판단이 흐려지는 시점이 다르다는 뜻이다. 부모님과 함께 향수를 고른다면 한 번에 맡는 수를 더 줄이는 편이 낫다.

시향 순서 — 준비부터 결정까지
- 준비: 향이 없는 상태로 간다. 이미 뿌린 향수나 향이 강한 핸드크림은 비교 기준을 흐린다
- 시향지는 이름부터 적는다. 몇 장만 넘어가도 기억에 기대기 어렵다
- 한 번에 맡는 수를 줄인다. 코에 오래 대지 말고 짧게 맡은 뒤 떼어 둔다
- 중간에 바깥 공기를 맡는다. 노출을 멈추는 것이 회복의 조건이다
시향지와 피부는 다른 질문에 답한다
시향지는 후보를 좁히는 도구다. 여러 향을 짧게 비교해 방향을 정하는 데 쓴다.
피부는 마지막 후보를 확인하는 자리다. 향은 증발해야 맡히고 증발 속도는 온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체온이 있는 피부에서는 퍼지는 방식이 시향지와 같지 않다.
그리고 향수는 뿌린 직후와 시간이 지난 뒤가 다르다. 먼저 날아가는 가벼운 성분이 빠지고 나면 인상이 바뀐다. 그래서 피부에 뿌린 한두 가지는 몇 시간 뒤 다시 맡아 보는 절차가 필요하다.
피부에 뿌리기 전에 확인할 것도 있다. 특정 착향 성분에 반응한 적이 있다면 성분표부터 본다. 표시 기준은 향수 성분표 읽는 법에 정리했다.
장단점 — 매장 시향의 한계
장점은 실물을 직접 맡는다는 점이다. 설명이나 후기로는 알 수 없는 인상을 확인할 수 있다.
한계는 환경이다. 매장은 여러 향이 공기 중에 섞여 있어 코가 들어서자마자 노출된 상태로 시작한다. 그 안에서 오래 머물수록 판단이 흐려진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결정하지 않는 편이 낫다. 피부에 뿌린 것을 가지고 나와 하루를 보내고, 다른 공간에서 다시 맡아 본 뒤 정해도 늦지 않다. 매장에 가기 어렵다면 소분 샘플을 신청해 집에서 맡아 보는 방법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향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는 향 계열 구분 정리에, 온도가 발산에 주는 영향은 가을 향수 정리에 있다.
본문의 연구는 PubMed에 수록돼 있다. 원두 실험은 An exploratory investigation of coffee and lemon scents and odor identification, 후각 순응 리뷰는 Psychophysical and behavioral characteristics of olfactory adaptation, 연령 비교는 Olfactory adaptation and recovery in old age다. 화장품 안전 정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요약하면 코는 방금 맡은 향에 먼저 무뎌지고, 쉬는 방법은 다른 냄새가 아니라 노출을 멈추는 것이다. 원두는 공기보다 나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시향지로 좁히고, 피부에 뿌린 한두 가지는 몇 시간 뒤 다시 맡아 정한다.
향수 매장에서 몇 번째 향부터 헷갈리기 시작하는지 댓글로 알려 달라. 사례가 모이면 연령대별로 다시 정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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